A SOMNAMBULANCE 몽유(夢遊, 꿈 속에서 거닐다)
Solo Exhibition at Ilju Art House(Seoul, 2001)

*List of Works:
-In Silence 말없이, single channel video_4min 45sec, 2001
-A Dream of Boy Drowned in A Bright Day 맑은 날에 익사하는 소년의 꿈, VR, 2001
-A Yellow Ground 노란대지(달빛풍경), VR, 2001



가상현실과 회화의 충돌? 조우!

미디어아트와 영상 전용공간인 일주아트하우스에서는 2001년 8월, 유비호의 몽유(夢遊)전을 전시한다. 유비호는 디지털 키드의 대표적인 감성을 대변하는 30대 초반의 젊은 영상작가이다. 그의 영상작업은 내러티브를 큰 축으로 했을 거라는 흔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저버린다. 오히려 거대 서사 구조 속으로 매몰되었던 사소한 풍경, 배경 사운드를 주요 요소로 끄집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초현실 회화'의 한 장면을, 컴퓨터 테크놀러지를 바탕으로 한 '뉴 미디어'형식으로 보여주는 시도라서 이색적이다. 그는 공허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아침의 명상>,<거리의 우울과 신비>와 같은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화가 키리코의 초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회화를 21세기 풍으로 재해석한다.

유비호는 모던한 도시와 그곳에서 존재하는 사물들을 '주관적으로'배치하여 도시공간에 내팽겨진(?) 인간들의 고독의 세계를 '몽환적으로'펼친다. 그의 작업은 음영이 짙은 원근법적인 건물들이 놓인 삭막한 도시나 정확한 위치파악이 불가능한 공간을 배경으로 단순화하고 기묘하게 비뚤어진 사물들이 특징이다.

<노란대지>와 <맑은 날에 익사하는 소년의 꿈>는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작품이 아니라, 단순한 형태지만 감상자가 직접 원하는 장면을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작업이다. 이제는 꿈처럼 느껴지는 과거 산업화의 현장, 이 황량해져버린 도시와 그곳에 홀로 남겨진 도시인들의 절망을 말한다(<노란대지>). 한여름 뙤약볕, 옥상에서 동네 한바퀴를 내려다보며, 지금 현재의 공간이 깊은 바다 속인 냥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맑은 날에 익사하는 소년의 꿈>). 이 작품들은 보는 사람이 직접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을 하듯이 화면을 끌어당기거나 좌우 각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또 다른 그의 신작 <말없이>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절대 고독을 말한다. 바다 속인지 우주의 한 공간인지, 무한공간인지 밀폐된 공간인지가 불분명한 푸른 가상 공간(Cyberspace)을 부유하는 검은 액체와 힘없이 떠다니는 인간은 서로 어긋난 운명으로 영원히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특히 이번 유비호 개인전은 영상세대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돋보이는 실험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 21세기 디지털 키드에게는 매체나 장르의 한계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 디지털 카메라나 컴퓨터가 자유자재로 즐기면서 다룰 수 있는 손쉬운 매체이고, 전통적인 회화 또한 가상현실 (Virtual Reality)과의 융합으로 새로 태어난다. 8월 30일까지 계속되는 유비호의 몽유(夢遊)전은 뉴미디어 아트의 색다른 경험을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by 전성희(일주아트하우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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